급격하게 이뤄지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은 기본적인 권리들을 주장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4월에는 전북에서 실제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축소시켜 학생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교육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모습을 마주했고, 경기도, 서울, 광주, 충남 등 여러 시도에서는 너도나도 교권보호랍시고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사 조직 문화나 학교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하지 않은 채로 말이지요. 청소년-학생이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회적 문맥 속에서 교사에게 학생을 때릴 권한을 쥐어준다고 교사 집단이 갖는 조직 내부 문제나 불합리한 노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 상황의 원인을 교사와 학생 집단 간 대결구도로 몰아가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무엇이 올바른 교육인지 생각하지 않는, 국가의 잘못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학생인권을 경멸적 표현으로 사용하며 학생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것에 대해 잘못된 선전과 선동을 하는 국가에 반성을 촉구하고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교사가 노동자로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 학생의 신체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게 왜 통제시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을 표면으로 내세우며 국가가 가져야 할 책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국가의 위선을 꼬집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파괴하는 국가 교육 방침에 맞서야 합니다.

8월, 교육부 주최의 포럼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일진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라고 발표한 사람에 대해 “거짓말 하지 말라”고 외쳤던 한 교사는 교육부 직원에게 끌려나갔습니다. 또한 교육개혁 대토론회에서 한 청소년인권활동가는 보수·혐오 세력으로부터 발언을 방해받고 모욕적인 말을 듣는 등의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정부, 교육부는 보수·혐오 세력의 편에 서있습니다. 기본적인 권리가 정치적 논쟁의 쟁점이 되는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해당 상황에서 공적인 의견을 만들어가는 데 청소년의 권리와 참여는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 등에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청소년을 배제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사업의 기록 활동 일환으로 학생의 체벌 경험을 인터뷰하기 위해 마포청년나루라는 곳에 공간 대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자는 “최근 교사 인권 문제도 있고”라며 정치적으로 문제되지 않도록(?) 제출한 신청서를 거절하며 해당 인터뷰의 목적에 대해 상세하게 다시 적어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대관을 할 수 없다더니 거절의 사유가 이토록 정치적일 수 있는지요. 애시당초 마포청년나루가 청년 취업, 창업 지원을 위해서만 공간 사용을 허락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는 현 정치적·시대적 상황과 마주하며 체벌 등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인권침해를 가시화하고, 널리 알리며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공론화 하고자 합니다. 또한 교권 대 학생인권이라는 정치권의 허구적 프레임을 지워나가며 청소년-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와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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