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둠코의 기타 등등
- 당신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전에
세상은 온통 카메라 투성이입니다. 거리를 덮고 있는 CCTV를 제외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한 대씩 들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먹은 음식, 갔던 곳, 그 이외에도 일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합니다. 물론 활동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 등의 보도용 사진이나 단체의 소셜미디어에 업로드 할 사진 이외에도, 도대체 무엇에 쓸 요량인지 알 수 없는 촬영을 일상적으로 합니다. 활동에 관련된 토론회나 간담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연대체 회의 자리에서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기록용 사진을 찍습니다. 때문에 저는 가끔 일상이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번은 어떤 집회에서, 다른 단체에서 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피켓을 들고 있는 제 동료 활동가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있는 옆모습을 클로즈업 촬영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았고, 어떤 눈짓이나 손짓 등의 제스쳐도 없이, 마치 길거리의 물건을 접사하듯 얼굴 10센티미터 앞에 렌즈를 들이대고 좋을 대로 촬영한 뒤 휙 사라졌습니다. 동료 활동가는 좀 놀라고 찜찜하긴 하지만 사진 찍히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이 마치 사람을 물건이나 인스타 업로드 용 음식 취급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지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장면은 다 파인더에 담을 권리가 있는 양 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위 사례의 사람이, 평소에도 종종 사진기부터 들이밀고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일이 있었기에 저 한 사람의 인성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정도만 다를 뿐 저런 일들은 꽤 많이 일어납니다.
저는 저에 관한 어떠한 영상, 사진 정보도 남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식별 가능한 얼굴이 찍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몸의 어떤 일부도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무런 양해 없이, 무작정 카메라 렌즈를 들이 대고 사진을 찍은 이에게, 데이터를 지워줄 것을 요청하면, 사람들은 대개 ‘어딘가에 업로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혹은 “당신을 찍은 게 아니다.” “옆에 작게 나왔다.” “얼굴이 안 나왔다.”는 식으로 ‘자의식 과잉’인 양 치부하기도 합니다. 남의 기록 매체에 내 모습이 담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추가적 설명을 하고 나서야 겨우 마뜩잖은 듯 사진을 지워주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습니다. (물론 파일 복원 프로그램 등으로 복구가 가능하니 엄밀한 의미에서 데이터는 지워지지 않은 것이죠.)
운동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 이를 위해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는 행위’ 등을 대하는 태도와, 실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활동사진을 찍어 소장하는 풍조 사이의 모순에, 참 마음이 복잡해지곤 합니다. 제게는 본질적으로 누가 어디에서 나를 찍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 둘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변명 역시 닮아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며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남의 모습을 자기 카메라에 맘대로 담는 것이 괜찮지는 않습니다. 그 사진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제 모습은 다른 사람 소유의 기계에 데이터로 남는 것이니까요. 누군가가 어떤 간담회에, 어떤 연대체 회의에 논의거리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들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것이 곧 사진기록으로 남아도 좋다는 동의가 아님을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때문에 단체 외부의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사진촬영의 가능성 때문에 참여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활동에서 사진촬영이 꼭 필요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기자회견을 통한 이슈화,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기 위한 기록으로서의 촬영,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활동을 잘 전달하기 위한 자료. 이러한 사진촬영 자체의 필요성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활동 자체의 기획과 집행보다는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기록물로 남기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사진과 영상물은 있는 그대로를 담는 것처럼 보이기에 진실된 것처럼, 사실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증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진도 영상도, 맥락과 필요에 맞게 편집과 가공이 가능한 매체이고 실제로 일상적으로 편집과 가공이 이뤄집니다. 단지 가장 간단하게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데에 열심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단체의 행사들(중에 저나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기획하거나 참여하는 행사들)에서는 아무리 작은 행사라 할지라도 사진을 촬영할 사람을 정하고, 되도록 그 사람 외에는 촬영을 하지 않습니다. 녹음과 촬영 모두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촬영하는 사람을 명확히 하여 촬영당하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이 언제나 촬영담당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행사의 초반부에 반드시 촬영에 대한 안내사항을 모두에게 알립니다. 저는 좀 더 많은 행사들에서, 이런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부득이하게 휠체어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에서의 행사에서 사전 안내를 하듯, 어쩔 수 없이 불특정 다수가 촬영을 할 수 밖에 없는 행사는 미리 공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집회 등의 대규모 행사에서도 촬영은 되도록 주최측이 지정한 스텝들이 진행하도록 하거나, 촬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를 알릴 수 있는 표시를 부착할 수 있도록 배부하는 등, 사실 고민을 한다면 방법은 많습니다. 사진에 담기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주변에 돌아다니는 렌즈를 모두 피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촬영하는 사람을 명확히 알리고 피할 수 있도록 공지하는 것,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는 사람임을 쉽게 알릴 수 있고 사진에 찍히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좀 더 활동 참여가 쉬워집니다.
이런 절차는 복잡하고 귀찮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촬영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촬영 때문에 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사람과, 그저 그 장면을 ‘기록하여 소유’하지 못하면 기분이 좀 나쁠 사람을 놓고 볼 때, 우리가 어떤 쪽의 손을 잡아야 할지는 꽤나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
|
|
청소년인권 바로 지금, 지음!
지음은 여러분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정기 후원으로 지음을 같이 지어주세요🌿
후원 계좌 🤝기업은행 141-081609-04-011 (예금주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
|
|
성공회대 2022 인권주간에 참여했어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성공회대 2022 인권주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에 참여했습니다. 9월 16일 금요일에 성공회대학교 교정에서 지음과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을 알리는 부스를 차리고 홍보했습니다. 많은 분이 오가며 관심을 보이고,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의 내용 중 공감이 가는 내용에 스티커 투표를 하고, 저희가 준비해 간 책자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날 부스에는 지음 말고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등 다른 청소년인권단체들도 참여하고 있어서 반가웠어요.
저녁 때는 성공회대 인권위원회에서 연 '어린이도 예쁜 카페에 가고 싶다 - 아동혐오는 어린이의 잘못이 아닐 거야'라는 제목의, 노키즈존 문제를 소재로 삼은 세미나에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공현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최유경 활동가가 발제를 했습니다. 공현 활동가는 노키즈존이 증가하는 배경으로 어린이에 대한 인식 변화, 차별 금지 제도의 부재, 열악한 자영업 환경 등을 꼽았고, 존재의 취약성과 동물성을 부정하려 하는 혐오 현상과 노키즈존 증가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세미나에는 10여 명이 참석하여 어린이·청소년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행사 앞머리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이 대학생들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을 전한 성공회대 인권위원회의 인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
|
|
[후기]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함께 걷기
지난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청소년인권활동가들도 함께했어요. 그리고 기후정의행진 참여를 앞둔 9월 17일에는 지음 채움활동가 모임에서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포럼' 자료집을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눠보기도 했는데요! 청소년인권운동 & 지음 입장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기존에 우리가 해왔던 주장들에 보태어 어떤 이야기를 더 하면 좋을지(입시경쟁의 문제, 탄소배출을 더 많이 하는 삶을 강요,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와 연결 짓기) 더 많이 토론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때 나눈 고민을 담아 아래 구호로 피켓을 만들어 갔는데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고, 함께 운동을 만들어가요🙌
📢 기후위기, 미래가 아닌 지금의 문제!
📢 지구도, 청소년도, 경제성장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 경쟁철폐가 기후위기 해결책!
📢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소비하는 삶? 우리는 그렇게 살길 원하지 않는다!
📢 “아이들을 위해서” 라고 말하지 마! 우리 모두 이미 X됨
|
|
|
2022년 8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주최로 ‘인권 친화적인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소지·사용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학생인권침해 관련 여러 조사와 권고를 하면서 휴대전화 관련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획한 토론회였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공현 활동가가 발제자로 나섰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영구 변호사도 발제를 맡았습니다. 지음의 민서연 채움활동가도 토론자로 참석했고요.
토론회에서 공현 활동가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휴대전화는 단지 수업에 방해가 되느냐 아니냐 하는 것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생활 전반에 중요한 기기이고 사회와의 소통 창구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의 휴대전화를 규제하는 건 단지 전자기기 하나를 갖고 있을 수 있게 하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목소리를 낼 자유, 참여권, 문화적 권리, 여가권 등이 관련된 문제이다. 둘째, 이렇게 중요한 휴대전화이기 때문에 일터나 다른 곳에서도 휴대전화를 함부로 압수하거나 소지를 금지하는 일을 잘하지 않는데,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만 너무 쉽게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을 돌아봐야 한다. 민서연 님은 학교에서 휴대전화 규제를 당하면서도 왜 그런 규제가 필요한지 이유를 설명 들은 적도 없다는 점, 휴대전화는 규제하면서도 학습을 위해서라며 노트북이나 태블릿PC는 허용되는 점, 교사마다 규제가 자의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점 등을 지적하셨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례나 학생인권조례들을 보면, 휴대전화의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선 안 되고,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수업 시간 중에 수업에 방해가 되니까 쓰는 것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 외의 시간(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등)에도 못 쓰게 하거나, 아예 학교에서 갖고 있지 못하게 하는 건 과도한 규제이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거죠. 당연히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를 쓰는 것에도 한국 사회가 (교사에 대한 무례라고) 과민 반응을 하고 있진 않은지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교육을 방해하는 물건으로만 보기보단, 휴대전화 이용에 관해서 학생들과의 대화와 합의에 의해 약속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있기 며칠 전, 중학생이 수업 중에 교단에 휴대전화를 들고 누워 있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게 되면서 '교권' 논란이라거나 학생 휴대전화 규제 논란이 더 퍼지는 일이 예기치 않게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토론회 현장에서도 그 사례가 자주 언급이 되었는데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방해하는 것이 학생인권 보장 때문이라는 이상한 소리는 언제쯤 그만 듣게 될까요? '체벌 부활' 같은 말까지 공공연히 언론에서 거론되는 걸 보면, 아직 한참은 더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슬픕니다.
|
|
|
지음의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해주세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을 검색하거나 아래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
|
|
"청소년인권 바로 지금, 지음!" 우리는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니라 나쁜 어른을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청소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청소년인권운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의 단체입니다. http://yhrjieum.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