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칠 줄 알아서, 매주 성당 새벽미사에 항상 오르간 반주를 하러 집을 나서곤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저는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를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즐거워서 꾸준히 하고 있지요.
그리고, 저는 전주의 유명한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 안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관광지로서의 한옥마을은 낮에도 밤에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불빛들이 사방에서 반짝반짝 빛나기도 해요. 사실 거주민 입장으로서 썩 좋지는 않지요. 집 앞에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관광객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곤 합니다. (제 투덜거림이긴 하지만 전주시가 얼른 한옥마을 근처에 흡연 부스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새벽의 한옥마을은 풍경이 다릅니다. 기와로 된 지붕들 너머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햇살 아래, 저 멀리 있는 산 속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목탁 소리, 그 모든 것들 속에서 평소 한옥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납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코스로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그리고 낙엽을 치우는 사람, 쓰레기 수거차를 타고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 사람……. 관광객들로 가득 찬 한옥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요. 저는 새벽에 집을 나서 성당을 가는 길에 그 대비되는 광경을 언제나 즐기곤 합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빛으로 가득 찬 곳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아침 일찍 쓰레기를 치우고, 낙엽을 쓰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이 없다면 한옥마을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겠지요.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육체노동 위주의 직업을 열등하게 여기는 인식이 있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고 ‘성공했다’고 여기는 직업군이 있다는 현실을 보면 말만 그러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열등시되고 때로 노동으로조차 여겨지지 않는 일들은 정말 필요하고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노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별 볼 일 없는 일로 여기고 ‘비숙련노동’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요? 어째서 직업에 귀천이 생기는 걸까요? 저의 성당 가는 길에는 언제나 이런 고민들이 따라다닙니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요, 갑자기 떠올라 여기에 적으며 편지를 마무리해봅니다.
“‘Unskilled jobs’ are a classist myth used to justify poverty wages.”
“‘비숙련노동직’은 낮은 임금을 정당화하기 위한 계급 신화일 뿐이다.”
🔸 이번 활동가의 편지는 지음의 채움활동가로 활동하시다가 올해부터 책임활동가로 함께하고 계시는 이름 님의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 사진 설명 : 새벽의 한적한 한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