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2> 내용 스포일러 있음*
영화 <인사이드 아웃2> 보셨나요? 저는 개봉 직후에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직접 보고 왔어요. 2015년에 이어 2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올해 초부터 이번 여름을 기대했을 정도로 이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 것 치고는 한 번 더 보러 가야지! 생각만 하고서 말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이 그리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쁨’, ‘슬픔’, ‘소심’, ‘버럭’, ‘까칠’이라는 감정들이 살고 있습니다. 영화는 바쁘게 움직이는 다섯 감정들과 함께 ‘감정 제어 본부’, ‘기억의 구슬’, ‘추상적 생각’, ‘성격 섬’, ‘꿈 제작소’, ‘생각 기차’ 등 한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이렇게 다섯 감정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인사이드 아웃2>에서는 ‘사춘기’라는 버튼이 나타나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출현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시작되지요.
<인사이드 아웃2>에서도 ‘신념 나무’, ‘비아냥 협곡’, ‘장래희망 풍선’ 등 상징적 요소 덕분에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느껴지는데 그중에서도 감정이 묻은 기억의 구슬들이 모여 ‘신념 나무’가 된다는 설정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정확하게는 신념이 뿌리가 되고 그 뿌리들이 모여 ‘자아’라는 나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어떤가 돌아보기도 했고, 내 주변 사람들의 주요한 ‘신념’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한편, ‘사춘기’라는 버튼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불안이’의 주도성은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사춘기’를 위험하게 느껴지는, 경고하듯 시끄럽게 울리는 싸이렌 소리로 표현한 것도 그랬고요. 그 버튼은 무언가 큰 변화가 시작된다는 걸 예고하는 장치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시기를 직접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부(주로 ‘어른들’)의 시선이 반영된 컨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부족해, 더 능력 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라는 ‘확신’을 가지고 주인공의 머릿속을 주도하는 감정 캐릭터 ‘불안’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고 하죠.) 그만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불안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희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라는 말이 뭔가 울림을 주기도 하는데요. 스스로도, 타인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사랑하는 일은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불안정하고, 경쟁이 가득하고, 끝없이 ‘미래’를 예비해야 하고,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 조금 더 필요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건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하는 고민도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더 나누고 싶기도 해요. 청소년인권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같이 해석을 덧붙여본다면 재밌지 않을까요? <뚝딱지음> 구독자, 지으미 분들 중에서 혹시 관심이 생긴다면, 도란도란한 수다 모임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회원 모임을 열어볼게요.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미리 저에게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환영해요!)